[천자칼럼] 우주 PPL

입력 2024-02-26 17:47   수정 2024-02-27 00:10

기원전 1000년께 고대 이집트의 한 직물사는 파피루스를 통해 ‘도망친 노비를 찾아주면 금화를 주겠다’고 알렸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전단 광고’인 셈이다. 1591년 독일에선 세계 첫 신문 광고가 등장했다. 세계 첫 TV 광고는 1941년 7월 미국에서 부로바 시계가 했다. 한국에선 1886년 독일 무역회사 세창양행이 한성주보에 낸 ‘덕상 세창양행 고백(德商世昌洋行告白)’이 근대 광고의 시초다. 당시엔 광고란 말이 쓰이기 전이었고 ‘고백(告白)’이 광고를 뜻했다.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상품은 사장된다. 마케팅 그루 세스 고딘은 “지루한 것은 곧 죽음”이라고 했다.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선 차별화한 무엇, 즉 ‘흔한 소떼’가 아니라 ‘보랏빛 소(purple cow)’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22일 미국 민간기업 인튜이티브머신스의 무인 우주선 오디세우스가 달에 착륙하자 영국 더타임스는 “세계 최초의 달 광고 사례가 만들어졌다”고 보도했다. 오디세우스 표면에 붙은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컬럼비아 로고가 이목을 끌면서다.

달은 대기가 없어 태양 빛이 닿을 때와 닿지 않을 때의 온도 차가 200도를 훨씬 넘는다고 한다. 이런 극심한 온도 차를 견디기 위해 오디세우스에는 컬럼비아의 의류용 단열소재 ‘옴니히트 인피니티(Omni-Heat Infinity)’가 코팅돼 있다. 이 소재는 1964년 미국 우주항공국(NASA)의 달 탐사 프로그램을 위해 개발됐는데, 컬럼비아에서 겨울철 아웃도어에 적용하면서 대중화했다.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열리면서 ‘우주 광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달 착륙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일본 민간 달 탐사선 하쿠토-R에도 일본항공, 스즈키 등의 로고가 붙었다. 더타임스는 우주의 상업적 이용이 확대되면 맥도날드가 달에 광고판을 세우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화나 드라마에 기업 로고나 제품을 노출해 홍보 효과를 노리는 걸 PPL이라고 한다. 어느덧 장엄한 우주 드라마를 이용한 우주 PPL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주용석 논설위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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